8기 김찬우

대한민국은 누가 뭐라 해도 살기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 번 더 도약해야 한다. 최일류국 반열에 동참해야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질적 전환과 양적확대를 통해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사회의 갈등을 살펴보고 갈등의 골을 메울 수 있는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한국사회 내의 몇 가지 중요한 갈등>

첫째) 진보, 보수의 갈등.

원래 진보, 보수의 개념은 분배의 문제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시각이 진보, 보수로 나눠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갈등의 골이 가장 깊고 모순관계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단이다.

둘째) 지역적인 갈등

중앙의 지방의 갈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영호남사이의 갈등이다. 중앙권력의 지방으로의 이전이 필요하다. 또한 수도권에 과도하게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다. 이런 불균형은 부작용이 많음으로 바로 잡는 정책이 필요하다. 영호남 사이는 소위 지역감정으로서 지역주의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있다.

셋째) 경제적인 양극화

이전에는 자본과 노동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단순양극화가 아니라 양극화가 중층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런 양극화는 성장과 분배문제로 귀결되며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넷째) 개발과 보존의 갈등

원자력발전에 대한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 문제는 성장과 복지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입장차이이다.

다섯째) 국제적인 문제에 대한 국내갈등

주변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놓고 의견들이 갈리고 있다. 최근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한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 갈등들은 분쟁이 붙으면 핵폭탄급 갈등이지만 아직까지는 잠재적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한 통합의 리더십>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보면 20년 단위로 두개의 리더십이 나타났다. 첫째는 나를 따르라는 성장시대의 리더십으로서 박정희, 정주영, 박태준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이후 세대는 밥 먹고 살면서 자라나서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말씀, 진리, 정의, 자유가 필요한 세대이다. 이런 세대를 두고 이전세대인 1세대는 배가 부르다고 비판하고 탄압해 왔다. 이러한 리더십은 비타협적이고 투쟁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부운영은 비민주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양김시대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럼 2010년대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고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압축적인 산업성장과 민주화 과정 이후는 복지사회이다. 복지사회의 큰 줄기는 경제와 정치가 제도적으로, 실질적으로 잘 분산되어 있는 사회이다. 아직까지 정치적으로는 민주화가 이루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선거의 자유만 있고 권력행사에 있어서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어렵다. 뽑을 때만 민주주의고 선거후는 뽑힌 사람에게 절해야 하는 사회이다.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는 분배를 균형 있게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아예 경쟁참여도 못하는 분류인 어린이, 노인, 장애인, 환자, 재난자 이런 사람들에게 안전망 구축을 해주어야 한다. 분배정책을 잘하기 위해서는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을 적절히 사용해서 기회의 균등, 경쟁의 공정, 분배의 공평이라는 원칙을 이뤄내야 한다.

성장과 투쟁의 리더십에는 선악의 개념이 뚜렷하지만 복지사회에서는 선악의 개념이 없어지고 타협의 관점에 서야 한다. 자본가를 대변하는 정당,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 자영업자, 지역, 환경 등을 대변하는 정당이 나와서 의회에서 상시적으로 모여서 토론하고 타협하는 정치로 나가야 한다. 즉 정치가 일상화되어 성장, 환경, 양극화, 지방, 북한 등의 갈등을 조율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통합의 리더십에서는 타협이 최고의 조율방법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런 리더십이 발전한 나라가 다당제가 활성화 되어 있는 북유럽이다. 한국사회는 양당구조가 맞지 않다.

통합의 리더십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리더십이다. 원전, 남북한 관계도 이렇게 접근해야만 한다. 이런 리더십의 원천은 화쟁사상에 있다. 신라가 가야를 통합할 때는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 역사 속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굳이 외국에서 찾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