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
이란 전쟁은 우리에게 자강력 확보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란 전쟁을 통해 확인된 재래식 전쟁 양상과 더불어 역내 동맹국들의 미군 기지와 시설 등에 대한 이란의 보복 대응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에 군사적 역량 강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 2월 말에 시작된 이란 전쟁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맞서 이란은 주변 미 동맹국들 내 미군 기지, 시설 등에 대한 공격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를 통해 대응하였다. 전쟁이 길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인해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서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의 노력을 통해 지난 4월 7일 2주간의 휴전이 성사되었다. 휴전 기간 중 열린 1차 종전 협상은 주요 의제에 대한 미국과 이란 양 측의 의견 차이로 결렬되었고, 기 싸움을 이어가던 양 측은 2차 종전 협상 개최에 실패하였다. 휴전 만료를 하루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연장을 선언함에 따라 전쟁 재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덜었으나,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5월 초 현재 협상의 교착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란의 정권 교체를 통한 우호적인 역내 세력 확대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군사적 역량이 미국에 대한 즉각적인 안보 위협을 제기하여 전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이란의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기 때문에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60%로 농축된 440kg의 우라늄 등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을 뿐 완성되거나 실전 배치된 핵탄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설사 핵탄두를 은밀히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반할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란의 탄도 미사일은 주로 단거리와 중거리용이며, 미국 본토에 다다를 장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이 미국 안보에 즉각적인 위협을 제기하여 군사적 행동이 불가피하였다는 미국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즉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전쟁의 필요성(necessity of war)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니다.
지난 3월 중순 조 켄트(Joe Kent)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이란 전쟁에 반대하며 사임하였는데 그가 남긴 말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였던 그는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 이란은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아니며, 이스라엘과 그들의 강력한 국내 로비 세력의 압력으로 인해 이 전쟁이 시작되었다”라고 밝히며, 미국이 특정 로비에 의한 명분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 행정부는 이란 전쟁 초기 전쟁의 목표로 이란의 정권 교체, 이란의 핵무기 추구 차단 및 미사일 역량 파괴를 거론하였다. 상기한 것처럼 이란의 핵·미사일 역량이 미국에 즉각적인 안보 위협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작전 승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미국에 우호적인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집트, 튀르키예, 이라크 등 역내 주요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이들 국가 간의 정치적 역학 관계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1979년 이란이 이슬람 혁명에 성공한 이후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나빠졌으며, 21세기 초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도가 공개되며 양국 관계는 한층 더 악화되었다.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JCPOA)가 체결되며 양국 관계가 개선될 계기가 마련되었으나,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JCPOA 탈퇴를 선언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함에 따라 양국 관계는 다시금 냉각되었다. 수십 년에 걸친 미국과 이란 간 반목은 중동 지역에서 우호적인 세력균형을 형성하고자 하는 미국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으며, 따라서 이란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역내 영향력을 증대하는 것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 있어 오래된 숙원사업이라 하겠다.
2024년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후보는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 중동 정책의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의 중재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 등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수교 및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브라함 협정의 재추진을 통해 아랍 국가들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양 측의 의견 차이가 커서 관계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존재하나, 양측 간 협정이 체결된다면 우호적인 역내 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미국에 상당한 전략적 이익을 선사해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압박 강화를 통해 미국에 보다 유리한 전략적 지형을 만들고자 하였다. 2024년 재선 캠페인 당시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나약한 모습을 보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란에 적대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백악관 재입성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견인하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하마스가 실질적으로 괴멸되고 헤즈볼라의 지도부가 와해되는 한편 시리아에서 이란에 우호적인 아사드 정권이 축출되는 등 이란을 지원하는 ‘저항의 축’ 세력이 크게 약해졌다.
요컨대, 장기간 경제 제재로 인한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과 이에 따른 군사적 역량 약화,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저항의 축’ 세력 축소로 인해 이란의 역량과 역내 영향력이 수십 년 내 가장 약화되었다. 여기에 지난 1월 경제적 어려움을 참다못한 이란 국민이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고,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최소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의 유혈 진압과 시위 세력의 정치적 조직화 미흡 등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는 실패로 끝났으나,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의 정치체제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란의 역량과 영향력이 약화되고 이란의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선택한 것은 군사 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고 미국에 보다 우호적인 정권을 수립함으로써 지난한 이란 문제를 해결한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 1월 미군의 큰 피해 없이 3시간 만에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종료하고 친미 정부를 수립하는 데 성공한 베네수엘라 공습 경험과 단기간의 군사 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심 인사들을 제거하고 체제 전복을 이룰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란의 심각한 대내외적 상황과 정치체제 전복 가능성이 대두되는 구조적 요인과 군사 작전을 통해 친미 정권을 수립하여 지난한 이란 문제를 해결한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업적을 이루고자 하는 행위자 요인이 결합하여 전쟁에 대한 반대 의견을 뒤로 한 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선택한 것이라 하겠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을 통해 단기간에 이란의 정권 교체를 달성하고 늦어도 4~6주 만에 전쟁을 종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란 전쟁은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전쟁 초기인 2월 말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포함 지도부 48명이 사망하였으나, 이란이 3월 중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제3대 최고 지도자로 선출하며 리더십 공백을 봉합함에 따라 이란의 정권 교체에 대한 미국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전쟁 발발 이후 약 40일 만에 양측이 휴전에 합의함에 따라 군사적 긴장은 다소 완화되었으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사실상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를 중심으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언제, 어떻게 종료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나, 이번 전쟁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극화 체제로의 전환 가속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대외정책은 ‘힘을 통한 평화’를 토대로 ‘전략적 선택과 집중’, ‘거래 중심적 동맹관’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담보하고자 한다. 즉 불필요한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최소화하여 비용 지출을 줄이는 한편,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미국의 핵심 이익을 담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 대외정책은 출범 초기 일방주의 정책으로 구체화되며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더불어 캐나다,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부각시키며 전 세계를 당혹스럽게 하였다. 동맹 및 가치외교를 중시했던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미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동맹과 파트너십 여부에 상관없이 관계 개선 및 협력 증대를 도모하는 트럼프 식 ‘강대국 실리외교’는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는 글로벌 안보 관련 미국의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작년 말에 공개된 동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보고서는 미 본토 방어 및 서반부의 지배적인 영향력 복원과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미국의 핵심 안보 이익임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아시아·중동 동맹들이 러시아·북한·이란 등 지역 내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증대를 요구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성은 트럼프의 미국이 패권국의 역할 대신 자국의 핵심적 이익에 역량을 집중하는 강대국 외교를 우선시할 것임을 확인해 준다. 이에 따라 글로벌 안보 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과 강대국 외교의 추구로 국제질서의 다극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이상 국제질서의 중심축을 형성하며 패권국으로서 위치를 유지하던 미국의 ‘역량’과 ‘의지’가 21세기 초 두 개의 중동 전쟁과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재등장은 패권국 미국의 ‘쇠퇴’를 가속화하고 있다. 높은 물가 및 이자율 등 녹록하지 않은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 국민의 불만과 강경한 이민 정책을 선호하는 미국 내 분위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 대외정책을 재활성화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기반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경찰로서 다양한 국제 문제에 역량을 투사하며 지도력을 발휘하는 대신 국제무대에서 주요국들과 경쟁하며 자국의 이익을 공세적으로 추구하는 강대국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질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유럽, 인도, 한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이해관계가 혼재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질서의 변화가 여타 주요국들에 대한 미국의 상대적 우위가 상실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역량과 의지가 쇠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중동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전쟁의 대응 과정에서 볼 수 있듯, 전 세계에 공공재를 제공하고 지난한 국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는 여전히 미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전략적 환경의 변화와 자국 중심주의를 토대로 미국이 만들어내고 있는 힘의 공백 상태를 메우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아직 없다. 따라서 작금의 국제질서는 ‘미국 우위의 다극화’가 정착되는 과정에 있다고 하겠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 대외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동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 기조는 강대국 미국의 실리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우위의 다극화’ 추세 하 강대국 외교가 부활함에 따라 글로벌 안보 질서의 지역화·블록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각자도생의 움직임이 부각되고 있다.
이란 전쟁을 통해 미국의 힘과 한계가 동시에 확인됨에 따라 ‘미국 우위의 다극화’로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의하여 이란의 군사 시설과 주요 시설들이 파괴되는 모습은 전 세계로 하여금 미국의 군사적 역량을 재확인해 주었다. 한편,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의해 이란을 단시일 내에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과는 달리 이란 전쟁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며 미국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저가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한 역내 동맹 공격 및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가 효과를 거두며 미국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또한 동맹국들에 대한 군사적 도움 요청이 거부되고 전쟁이 길어짐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 작전 및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모습은 미국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 수행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심화는 중국의 외교적 공간을 확장시켜 주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일방적·공세적 움직임에 반발하는 국제사회가 중국의 역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아픈 손가락이 될 이란 전쟁은 중국에 국제적 위상 제고와 더불어 주요국들과의 관계 개선 및 협력 증대라는 선물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더불어 러시아는 이란 전쟁의 주요 수혜자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되었으며, 러시아 원유에 대한 일시적인 제재 해제는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켜 주었다. 이란 전쟁을 통해 군사적 재정비 시간을 확보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한 러시아는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국에 유리하게 마무리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란 전쟁을 통해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양측 간 마찰과 갈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상황이 대서양동맹 관계 혹은 나토 동맹 체제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로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이 존재하지만, 미국과 유럽 동맹 모두 서로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며 양측의 역할과 기여를 조정해 나가는 현실적인 타협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동맹국들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과 미국의 일방적·공세적 대외정책 추진에 대응하여 전략적 자율성 및 자강력(自强力)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과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 등을 고려할 때 비대칭성 감소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양측의 비대칭성은 점차 축소되고 유럽의 국제적 위상은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강력의 확보와 글로벌 핵심 강국의 위상 확립
이란 전쟁은 대한민국에게 자강력 확보의 필요성, 즉 한반도 방위를 위한 우리 군의 주도적인 역할이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란 전쟁을 통해 확인된 재래식 전쟁 양상과 더불어 역내 동맹국들의 미군 기지와 시설 등에 대한 이란의 보복 대응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에 군사적 역량 강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군사적 역량의 첨단화 등을 통해 한반도 방위를 위한 대한민국의 자주 국방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 군이 한반도 방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국방비 증액을 토대로 역량 강화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우리 군의 역량 강화와 더불어 전시작권통제권 환수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대북 방어와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기 위해 필요한 자강력의 핵심이다. 한반도 유사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과 기여를 수행하는 우리 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핵추진 잠수함 조기 도입과 군사적 역량의 첨단화를 통해 대북 군사적 비대칭성을 줄이고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의 우위를 강화하는 한편 한·미 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방 역량 강화는 한·미 양국 간 안보 협력을 보다 대등하고 호혜적으로 만들어 한·미동맹을 보다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세계 경제의 악화는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한국, 일본, 유럽, 호주, 인도 등 주요 국가 간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우리의 강점을 토대로 보편적 협력 원칙을 통해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핵심 강국(global core power)’의 위상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강대국 외교로의 회귀와 재래식 전쟁의 발발,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의 등장과 국제적 협력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 아닌 이상 배타적인 국익 추구만으로 자국의 이해관계를 국제무대에서 일방적으로 관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견국인 한국에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의 강점을 토대로 우리의 국익을 보편적 가치, 규범, 원칙 등과 조화시켜 상생과 번영의 가치를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통해 선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10위권 내외의 군사력과 경제력,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한류 등 한국의 역량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대한민국은 국제무대에서 ‘개방성, 포용성, 연대성’의 협력 원칙을 통해 ‘첨단기술, 개발협력, 에너지, 방산, 해양안보, 사이버안보, 재난 구호’ 등 실질적인 부문에서 다양한 협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다.
주요국들과의 복합적 연대는 우리에게 일방적인 국익 관철을 추구하는 강대국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과 역량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킹의 형성을 통해 국제질서의 지역화·블록화 현상이 야기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국가 간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국가들의 안전 보장, 경제 성장 및 경쟁력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연성 안보(soft security) 및 실질적 분야의 협력은 많은 국가의 호응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범적인 선진국이자 글로벌 핵심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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