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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eace Foundation 평화재단

현안진단 375호

이란전쟁과 동맹 이슈

  • #전쟁
조회
516
등록일
2026-03-25

이란전쟁과 동맹 이슈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 작전 참여 요청을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데에는, 이번 전쟁의 위법성, 즉 국제법 위반과 예방적 선제공격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변화된 국제 질서의 성격과 동맹에 대한 미국의 거래적 접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이 장기전의 문지방을 들락거리고 있다. 2월 28일, 작전명 ‘장대한 분노’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전격적으로 단행되었다. 이란 공습 초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알리 호세이 하메네이를 비롯하여 약 46명 정도의 이란 지휘부 핵심 인사들을 제거했다. 지휘부 핵심 인사들의 사망으로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란의 대응은 끈질겼다. 이란은 장기전을 구상하며 전략적 대응을 계속해 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이렇게 장기전의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란의 체계적 대응 전략

 

2025년 6월의 전쟁과 달리 이번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치밀한 이란의 대응 전략이 있다.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불명확한 전쟁 목적이 전쟁의 장기전을 초래한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전쟁을 오래 끌고 가겠다는 이란의 대응 전략이다. 

 

먼저, 이란은 핵심 지휘부의 붕괴에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휘 체계를 분권화·다층화한 네트워크 지휘 체계를 구축한 걸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란의 대비책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지휘부 참수 작전의 효과를 떨어뜨리면서 항전 의지를 강화한 조치이다. 다음으로 이란은 전략적으로 대응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습에 맞서 이스라엘뿐 아니라 걸프 지역 전역을 공격했다. 이란은 텔아비브와 하이파, 도하와 아부다비, 미 중부사령부의 전방 본부가 있는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 알 다프라,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의 미군기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그리고 바레인의 미 제5함대 본부 등을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란의 대응은 걸프 지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란의 대응으로 민간인이 사망하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공항이 폐쇄되었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해운 및 석유 수출이 위협받고 있다. 나아가 세계적 관광지이자 금융 업무로 유명해 안정이 보장되었다고 여겨졌던 걸프 지역 국가들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걸프 지역에 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국제적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었다. 

 

 

이란, 전략적 확전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 제고

 

이란은 의도적으로 전쟁의 범위를 넓히고 장기전을 구상함으로써 전쟁의 정치화에 따른 전략적 이득을 얻고자 한다. 이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상대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전쟁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며, 또 굳이 군사적 승리를 추구할 필요도 없다. 대신 이란은 전장의 지리 영역과 공격 목표물을 확대하여 지역적·국제적 파장을 증폭시켜 나가는 가운데 시간의 정치화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자 한다. 

 

시간의 정치화를 통해 전쟁의 장기화를 도모하는 이란의 대응 전략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절정에 이르렀다. 알다시피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운송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전쟁 시작 이후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은 평소보다 약 75%가 감소했고, 전쟁이 지속되면서 선박 이동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습으로 이란 해군력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다고는 하나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 해군은 기뢰, 미사일, 드론, 소형 잠수함, 무인 수상정과 무장 고속정 등을 조합한 소위 ‘모기부대’로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오래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설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역량을 개발해 온 걸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미 소형 선박과 잠수정에 기뢰를 준비해서 해안 여러 곳에 배치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 배들을 숨기고 보호할 수 있는 상당한 터널과 동굴 망도 구축해 놓았을 것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의 전략적 관리는 단기전을 생각했던 트럼프 행정부에 간단치 않은 고민과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국제적 유가 급등과 더불어 시간이 지나면서 전쟁의 군사화보다 정치적 성격이 부상하는 상황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전적으로 이란의 손에 쥐어진다면, 이란전쟁은 미국의 전쟁 의도와 계획에서 벗어난 양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풀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미국은 전쟁의 장기화와 이란전쟁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갈지자 발언과 행태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전략적 난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제 전쟁은 지상전을 동반한 장기전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종전을 향한 출구전략의 모색이냐의 갈림길에 와 있다. 

 

 

미국의 동맹 협조 요청에 대한 동맹국의 거부 입장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핵심 관건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확보를 위해 동맹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동안 동맹에 대해 가치보다 거래적 접근과 상황에 따라서 방기 자세를 보여 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통제권 확보와 국제적 우호 여론 조성을 위해서 동맹국의 참여가 긴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토의 유럽 동맹국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동맹국들의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랐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한국과 일본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 해군마저도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해 상선을 호위하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보다 군사력이 떨어지는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들이 이란의 기뢰 부설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이른바 ‘살상 구역’에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자국 군인의 인명 피해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응하기 어렵다. 

 

3월 16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캐나다 7개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이들은 안전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해당 성명이 군사 문서가 아닌 정치 문서임을 강조하며 이란전쟁에 참여하거나 무력으로 해협을 개방하는 군사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나토의 일부 국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유럽 동맹국도 이란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래적 동맹 협조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 작전 참여 요청을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데에는, 이번 전쟁의 위법성, 즉 국제법 위반과 예방적 선제공격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변화된 국제 질서의 성격과 동맹에 대한 미국의 거래적 접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저무는 동맹 시대와 전략적 자율성 시대의 도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맹은 국제정치의 엔진이자 기관차 역할을 담당해 왔다. 적어도 미국의 동맹 체제는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둥이자 외교 및 안보 정책의 초석이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국제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 동맹 체제는 미국의 패권 유지에 제한적이고,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 요인이 되었다. 동맹은 동맹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갖기보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목표를 위한 하나의 협상 카드가 되었다. 국제 정세가 다극화로 나아가고 강대국의 억압이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 체제는 동맹 갈등과 동맹국의 자율성 증가, 내부 결속력에 부딪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전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동맹의 의무와 협조의 모습은 강화와 공고화가 아니라 저무는 동맹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동맹 자체의 소멸이나 해체가 아니라 동맹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인 집단 방위라는 약속과 의무가 회원국의 자동 개입이 아닌 상황과 여건에 따른 선택적 의무 사항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질서의 부담을 짊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안보는 준수에 대한 조건부 보상이 되어버렸고, 동맹 의무는 항구적인 제도적 약속의 필수 사항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군사적 얽힘 현상의 상징이었던 동맹의 의무도 선택과 거래의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동맹의 의무가 선택 사항으로 변해가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동맹 회원국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나토의 유럽 국가들은 이미 전략적 자율성 문제를 전략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정책 문제로 다루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은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추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이란전쟁을 통해 드러난 동맹 의무의 실상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국익에 부합하는 동맹 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출발점은 한·미동맹 내에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워나가는 스마트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협조의 내용과 상관없이 동맹 강화가 곧 국익이라는 무조건적 동맹 추종에서 벗어나 구체적 국익에 부합하는 동맹 관리 능력을 키워나가야만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상황과 굳건한 한·미동맹이 이재명 정부 외교의 기본 축이라는 점에서, 동맹 공조 이상으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추구와 이의 강화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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