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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자료실

한반도 통일 비전과 정책을 생산하는 평화연구원입니다.

전문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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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88차 발표요약] 차기정부의 외교안보전략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4-02 조회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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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8차 전문가 포럼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지금 세계는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신안보, 신경제, 이런 담론이 최근까지 있었는데 갑자기  우크라이나 사태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유럽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터지면서 다시 전통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그야말로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신정부가 조만간 출범하고, 또 북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1월부터 이미 ICBM을 실사격은 아니지만 발사를 시작한 것 같고 향후에도 고강도 도발이 예상된다.

아주 위중한 시간인 이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을 모시고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주제로 국제정세의 흐름, 동북아 주변 정세, 그리고 대한민국 호가 나아갈 외교안보의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발제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격변의 혼돈기,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정책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지금은 진화를 위한 전환기라기보다는 퇴보나 악화의 요인까지도 포함하는 격변의 혼돈기다.

1 2차 세계대전 전간기를 통해서 바이마르 체제라고 하는 훌륭한 체제가 퇴보였거든요.

그러니까 지금도 그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1차 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 2차 대전이 시작된 1939년까지 약 20년의 기간을 역사학자들은 ‘전간기'라 부른다. 약 100년 전 이 시기의 국제정세와 현재 사이에는 닮은점이 많다. 전간기에는 세계 대공황과 함께 파시즘과 코뮤니즘의 태동으로 바이마르 체제라는 훌륭한 민주주의 체제가 퇴보하고 세계는 거대한 혼란에 들어갔다. 전간기의 이러한 혼란이 현재에 재현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지금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좌우를 막론하고 득세한 포퓰리즘과 푸틴, 시진핑 등 권위주의 독재정권의 등장, 공급사슬망을 포함한 세계 경제망 붕괴 등 비슷한 양상이다.

그런데 과거의 전간기는 결과적으로 20년 만에 끝나고 전후 질서라는 새로운 질서로 넘어간 반면, 현재의 미중 간 대결 구도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간기'인 이 격변의 시기는 그 끝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달라진 점은 러시아와 유럽의 중간지대에서 중립을 지켜와서 ‘핀란드화'라는 정치용어까지 생길 정도였던 핀란드와 스웨덴까지도 나토 가입 필요성이 제기될 정도로 중간지대, 완충지대가 사라질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존재해 온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우크라이나 내부분열, 푸틴의 야심, 서방의 혼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의 크름 반도 병합 당시 미국을 위시한 나토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이러한 약세를 감지한 러시아는 이번에도 미국이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서 대외적으로 과감한 행동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계산했을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미국이 다시 세계로 돌아왔다’는 구호를 내걸었으나, 이후 이어진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이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은 미국이 향후 자국중심주의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한 와중에도 미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립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대외 전략의 핵심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단일 또는 연합 세력이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힘의 분배를 국내에 쏟으면서 동맹국들한테 손을 더 많이 벌릴 것 같다. 동맹국들의 군사력 강화, 방위비 분담, 외교적 지지 등을 요청할 것이다.

 

 

 

 

 

 

 

대북정책 - 현상유지를 원하는 미국, 관리가능한 수준에서 다루려는 중국

 

미국의 대북 정책은 앞으로 상당 기간 현상 유지를 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게 기조가 아닐까. 핵 문제로 깊은 전략을 세울 사정이 아니지 않겠나 싶다.

중국이 이번 사태로 인해 염려하는 건 러시아와 한 편으로 여겨짐으로써 대외적 이미지에 차질이 생길까 하는 것이다. 과거 러시아의 영광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푸틴과 마찬가지로 시진핑 역시 강한 중국이라는 목표로 금년 10월에 전당대회에서 3차 연임을 할 전망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핵 문제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로 유지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북한을 다루려고 할 것이다.

 

 

향후 북한의 노선 - 자립경제, 중국 지원확보, 무기개발 지속

 

북한은 올해로 3년째 김정은이 신년사를 못 했을 정도로 과시할 업적이 없고 희망을 고취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기 실험은 계속하고 있다. 미국, 한국에 제재조치를 완화하는 협상에 들어오라는 신호이기도 하고, 중동 첨단무기 바이어들을 상대로 수출하려는 목적도 있어서 앞으로도 실험은 계속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을 실제 군사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ICBM 형태로 실험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 해제인데 하노이 북미 회담까지 오면서 북한은 핵경제 병진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향후 북한은 자립경제, 중국으로부터의 지원 확보, 무기 개발 지속이라는 3가지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미국 아닌 우리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쓸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때 말하는 핵무기란 2차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터뜨렸던 그런 급이 아니라 소형화된 핵무기이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러시아의 우세한 공군력을 막기 위해 나토가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들어주기 어려운 이유는 비행금지구역에 러시아 비행기가 들어왔을 때 나토가 막게 되면 전투가 되고, 그렇게 되면 이는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본 북한 입장에선 핵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정치, 군사적 효력이 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렇게 혼미한 상태에서 한국에는 신정부가 들어온다.

보통 정부가 바뀌면 정책도 급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정책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대외적인 외교안보정책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교안보정책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 핵 문제의 경우, 핵을 보유하기 전의 북한과 핵 개발을 완료한 북한에 대한 정책은 전혀 달라야 한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가가 됐는데도 과거 핵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의 대북정책을 관성적으로 답습하는 경향도 있었다.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공존할 건가 하는 문제가 새 정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능력이란 사실 실제 미국을 향한다기 보다는 대남 실전용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북한이 설마 우리한테 핵을 쓰겠느냐’,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ICBM 같은 것을 만들지 않는 한 이것은 큰 도발이 아니다’ 는 인식이 퍼져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국내 인식이 바로 서야 바른 정책이 가능하고 주변국가도 설득할 수 있다.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은 어려워졌다.. 북핵과의 불편한 동거를 준비할 때

 

냉정하게 보면 북한의 핵을 협상을 통해서 포기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은 흔히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면 우리도 핵 포기한다’이렇게 애매한 용어를 쓴다. 그런데 이 말들이 협상 현장의 용어로는 다음과 같이 바뀐다.

‘적대시 정책 포기'는 북미 수교, 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대북 경제지원의 네 가지를 의미한다. 이 중 북미수교와 제재 해제, 경제 지원은 협상 전개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의 경우가 문제이다. 주한미군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보에 관련된 중요한 핵심 축이다. 이는 동북아 지역 전체의 안보를 바꾸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북한의 조건이 살아 있는 한 협상을 통한 해결은 어렵다. 또 주한미군 문제는 북한의 입장만이 아니라 중국의 입장도 걸려 있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협상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무작정 협상에만 막연한 기대를 걸 수는 없으며 현실적으로는 3가지 트랙으로 가야 할 것이다.

우선 현실적으로 핵은 재래무기로 막을 수 없고 핵으로 막아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손을 잡고 소위 확장 억지 전략을 구사한다.

또 하나는 북한과의 협상에 중국을 포함시켜 북중-한미를 중심으로 협상의 틀을 넓히는 구상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우리는 결국 미국의 핵에 의존하고 있는데 핵을 보유할 수 있는 역량을 비축한 대표적 국가인 독일과 일본처럼 우리도 유사시에는 핵을 가질 수 있도록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핵 보유 역량을 가지는 것과 핵무기를 갖는 것은 독일과 일본을 핵보유국가로 분류하지 않듯이 전혀 다른 문제이다. 정부는 여론의 비판을 우려해 소극적이지만 사실 이런 문제에서는 정부가 여론에 좌우될 것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으로 여론을 끌어 가야 한다.

핵은 군사적 사용만이 아니라 평화적 사용도 있다. 우리는 세계 6대 원전 국가이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을 현재는 한국이 자체적으로 할 수 없고 농축된 연료를 사와서 쓰고 또 사용한 후에는 감시 하에 보관하는데 NPT 체제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인 5% 정도 농축할 수 있는 권한을 우리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하여 협정을 개정함으로써 우리의 기본적인 핵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안보동맹에서 가치동맹으로 확장된 한미동맹, 잘 발전시키자

 

그리고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는 사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온다고 해서 한미관계를 크게 바꿀 부분은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작년 5월에 열린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문재인 정부의 이전 4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이는 유사시 양안 관계에 한미동맹이 관여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가치동맹성까지 포함해서 한미 동맹을 굉장히 기능적, 지역적, 시간적으로 확장시킨 정상회담이었기에 그 기초를 잘 발전시키면 된다. 흔히 한미 동맹을 복원한다는 표현을 하는데 무너진 적이 없다. 작년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현실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사실상 기초를 다지는 것이 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의존형 동맹이 아닌 자립형 동맹으로 가야 하고 그 키는 전시작전지휘권인데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되니까 자꾸 뒤로 밀리고 있다.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을 쓸 수 있는 소위 확장 억지장치를 강화시키는 한편, 한국이 작전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한미동맹에서 늘 잠재적 마찰 요인이 되어 온 방위비 분담 문제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돈이 아니라 현물과 서비스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면 서로 방위비 금액으로 마찰을 빚을 일이 없을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한국의 관여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가입을 해야 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그 방식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은 쿼드 자체는 가입을 안 하더라도 그 하부의 분과별 실무그룹에는 참여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인데 그건 좋지 않다. 왜냐하면 쿼드라는 상부기구에서 결정해 준 것을 어떻게 이행할지 협의하는 단위가 실무그룹이기 때문에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밑으로 들어가는 모양새일뿐더러 의사 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의무만 지는 것이므로 그렇게 하지 않고 바로 참여하는 게 좋겠다.

 

 

 

 

 

 

 

미중관계,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료성’으로 전환할 때

 

미중 경쟁 사이에서 한국이 아무리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다 해도 주변국들을 상대로 우리의 속마음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명료화하는 것이 좋다.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 국가 안보 등 주요 가치의 깃발을 확실히 세우고 미중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칙에 따라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애매하지 않고 명료해야 미국이나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되어 섭섭함이 덜하다.

 

한중관계, 사드 문제는 지금 상태에서 누가 들어와도 쉬운 해결책은 없다.

우선 중국에는 북핵 방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불가피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또 한국도 사드를 미사일 방어체계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의 민감성을 존중해야 한다. 양국간 상호 존중 하에 이런 원칙을 합의해 가야 한다. 외교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에 합의한다’는 표현이 있다.

서로 생각이 합치하지 않지만 일단 이해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걸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동시에 관련해서 북핵 문제가 진전되면 사드 배치도 좀 미룰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역할은 미국, 일본, 북한, 다른 어떤 나라도 아닌 한국의 몫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새 정부가 이런 틀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한일관계의 2가지 트랙 동시 운영과 한중일 협력의 중요성

 

한일 관계는 긴 역사만큼 풀어가는 과정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1965년 이후에 있었던 중요한 과거 한일 합의들에 대한 양국 간 해석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한일이 과거 합의들을 공동으로 해석하는 트랙을 하나 만들고, 동시에 무역, 안보 등 양국간 현안들을 다루는 트랙을 만들어 2개를 동시에 운영해 나가야 한다.

최근 일본이 한국과의 과거사 문제에서 도덕적 우위에 서기 위해 ‘한국이 약속을 위반했다’는 프레임을 내세우나, 결국 역사 문제에서 도덕적 우위는 우리에게 있다. 두 트랙을 같이 해나가면서 국내 여론은 과감하게 한국 정부가 관리하고 피해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합리적인 선에서 국내적으로 우선 조치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돈 문제를 가지고 연결시키지 않는 게 좋다. 새 정부가 그렇게 해 나가리라 기대한다.

 

다음으로 한국의 위상을 이야기할 때 흔히 한미일 협력을 얘기하지만 한중일 협력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현재 한중일 협력 사무국은 서울에 개설되어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한중일 협력과 한미일 협력의 교집합인 한국과 일본 중에서 일본보다는 한국이 훨씬 더 한미일 체계와 한중일 체계의 연결하고 융합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이점이 있다.

 

 

 

 

 

 

 

 

외교안보 정책의 구조와 제도 상 과제와 대안

 

그런데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제도화가 되지 않으면 다 뜬구름 같은 이야기다.

늘 해오던 이야기들이지만 정부가 바뀌면 다 뒤집어지는 오년 단명의 정책이 되기 일쑤였다. 외교 안보는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과제이다. 외교안보 정책의 구조와 제도에 관한 문제를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외교부와 통일부 간의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 흔히 한국에는 외교부가 2개 있다고 말한다. 한국 외교 비중의 70%가 한반도 분단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안들이다. 전통적 안보 문제가 다시 시급해지고 있는 이때에 통일부에서도 외교를 하겠다고 하면 조율이 어렵다. 독일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외교부가 외교를 담당했고 통일부에 해당하는 내독성이라는 부서는 동독과 서독 사이의 교류협력을 관장했다. 우리도 통일부는 남북 간 사안에 집중하고 분단과 관련해 일어나는 대외적 사안은 외교부가 맡는 식의 역할 정리가 필요하다.

 

둘째로 안보와 경제가 혼합된 체제에 대응해야 한다. 통상교섭본부가 예전에는 외교통상부라 해서 외교부에 있었는데 이후에는 산자부에 가니 산업 쪽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되었다. 요즈음 안보와 경제가 상당히 융합되어 있는 상황에서 조직 문제는 중요하다. 전세계적 흐름을 본다면 다시 외교통상부 형식으로, 통상교섭본부장을 장관급으로 해서 외교안보적 고려와 통상교류를 잘 융합하여 국가 이익에 맞게 조직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셋째로 청와대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정책을 내려보내는 체제가 아닌 내각 중심 체제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 중 하나는 청와대와 내각이 일체가 되어서 입안 단계부터 집행까지 함께 해야 하는데 정책 입안 따로, 집행 따로 하는 탁란 정책을 펼친 것이다. 새 정부는 내각 중심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권력의 속성상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인 대외정책은 초당적으로 협치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통령 5년 단임제의 승자독식구조 속에서 대북정책, 외교안보 정책을 그렇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제도화다. 내각제로 개편이 되면 자연히 다당제가 되고, 다당제가 되면 정당 간 정책 타협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야 정책의 지속성이 생겨 주변국을 상대로 우리의 외교 정책이 힘을 가질 수 있다. 이 문제는 특정 정당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2. 질의응답

 

 

Q. 인수위가 미국과 EU 특사만 파견한다고 발표했다가 비판을 받고 하루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차기 정부는 미중 대립이라는 국제질서에서 한미동맹 중심 경향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것 같은데 이러한 행보가 동아시아 정세에 미치게 될 영향과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대통령 당선인이 특사를 파견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는 사례가 없다. 노무현 당선인 시절에 갑자기 국내에서 대외관계 부분이 취약하고 반미 성향이 강하다는 여론이 일어나서 특사를 보내면서 이후 계속되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어느 나라에서도 당선인이 자기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경우는 잘 없다. 다른 나라에서 축하 사절을 보내면 답례로 추후에 사절을 보내는 경우는 있다.

물론 대통령이 당선되면 외교 정책의 기조방향을 공개적으로 밝힘과 동시에 주요 국가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특사까지 파견하지는 않는다. 왜 다른나라들은 그런 걸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인데 생각해 볼 문제다. 

 

그 다음 차기 정부의 한미동맹 중심 행보로 인한 동아시아 정세 전망에 대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융화를 시켜서 우리 공간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현실은 국제 정치에서 현재 완충지대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간에서 입장을 확실히 하라는 요구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과 가치 체계는 공유하지 않지만 경제는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 선언의 원칙을 잘 지키는 동시에 중국과도 같은 공간에서 숨 쉴 수 있도록 해야지, ‘한미동맹이 최우선이고 중국은 부차적이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Q. 2015년 합의로의 복귀, 현금화 중단 조치를 일본이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차기 정부의 해결 방식은 어떨지?

 

A. 이 문제를 단순히 전 정부의 잘못으로 하고 없었던 일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후유증을 낳게 된다. 2015년 합의 내용을 보면 일본도 해야 될  의무들이 있다. 그래서 한국의 일방적인 행동보다는 한일 간 상호적인 행동이 요구되고 아까 말씀드렸듯 문제에 대한 양측 해석의 합의를 조만간 트랙에 올려야 한다.

 

Q.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독일이 갑자기 전범국으로서의 모든 짐을 확 버렸다. 일본의 우익이 그걸 보고 있고 그래서 일본도 그럴 수 있다는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핵공유, 헌법 개정 논의 등이 지금 꿈틀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만일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한국에 약간 양보를 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과감하게 나간다면 그게 과연 도움이 되는 선택일까?

 

A. 장기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앞으로 세계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독일의 재무장이다. 독일이 국방예산을 GDP의 1.5%에서 2%(약 800억 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2차 대전에서 1,900만 명의 자국민을 희생시킨 전범국 독일이 다시 무장상태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어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모르지만 조금 지나면 이게 역사의 어떤 변곡점이 것인가, 바로 그런 측면에서 일본이 이걸 보고 어떻게 느꼈을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독일을 보고 느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유럽의 경우처럼 핵무기를 가진 이웃 강대국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결국 내가 스스로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일본은 이미 무기화되지 않는 핵무기 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과 일본 양쪽 다 경계를 해야 된다.

일본이 이걸 계기로 바로 재무장 태세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의 공통점은 차분히 있다가 어느 순간 기류가 바뀔 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뀐다. 독일의 국방예산 증액도 이렇게 급격하게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국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할 성격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일본이 군비증강을 위해 내세우는 가장 큰 명분이 북한의 위협이니까 우리도 아까 말씀드린 3가지 트랙(한미간 핵우산을 통한 확장억지전략, 협상틀에 중국 참여 유도, 자체 핵보유 역량 강화)을 실행해야 한다.

 

 

 

 

 

 

Q.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지?

 

A. 우선 중국은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이번 일로 러시아와 더불어 중국까지 1인독재국가라는 오명으로 대외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에 내심 우크라이나 문제가 제발 좀 빨리 가라앉았으면 할 것이다. 정치 안보적 차원 외에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인 공급 사슬망이 붕괴되면 아무리 중국 내수 경제가 크다 하더라도 바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애매한 게,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패퇴하면 독재국가를 용납하지 않는 국제적 분위기가 중국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은 푸틴이 패퇴하지도, 오래 끌지도 않고 적당히 타협을 해서 물러나도록 하는 선에서 건설적으로 개입할 것이라 본다. 군수 원조를 할 경우에는 굉장한 타격이 있을 거라는 것을 중국도 알 것이다.

 

Q.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보고 북한이 오판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지?

 

A. 이번에 가장 큰 문제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었다면 당연히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조약동맹국으로 되어 있다. 또 한국 자체의 군사 역량이 우크라이나와는 다르다. 그래서 북한과 같은 1인 독재 국가의 특성상 지도자의 오판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세를 과시하면서 한국의 행동을 강요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다.

 

 

Q.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바이든표 새로운 ‘악의 축’이 탄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트럼프의 미국 고립주의 정책과 달리 바이든은 동맹과의 연대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중국 같은 문제는 너무 복잡하니까 동맹 연대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로 인해 유럽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럽이 자동적으로 거의 일심동체로 가는 양상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바이든식 갈라치기 함정에 푸틴이 빠진 형국이라고 할지, ‘자유민주주의 서방권 대 권위주의 독재국가’ 이렇게 전선이 형성이 되고 있다. 이것이 장기화될까?

 

A. 푸틴은 지금 쉽게 물러설 수 없다. 2024년 선거를 앞두고 푸틴의 정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에 소위 체면을 살리면서 길을 빨리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소위 독재 국가들의 악의 축은 이란, 러시아, 중국으로 형성된다고 보는데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결국 미중 대립의 귀결에 좌우되지 않을까.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제 2의 전간기 상황은 좀 오래 갈 것 같다.

 

Q. 이번 독일의 국방비 2% 증액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아마 트럼프가 그렇게 원했던 국방비 증액을 나토가 앞장서서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이 아시아에 집중할 수 있는 전력이 더 강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닐지?

 

A. 아니다. 오히려 반대 현상인데 유럽이 국방비를 올린다고 해서 바로 전력이 올라가는 건 아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동안에 미국이 아시아에 신경을 쓸 여력은 상당히 작아졌고 이러한 상태는 상당 기간 갈 거다. 그래서 그걸 보완하기 위해 쿼드 전략 등을 계속 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냉전 이후의 미국은 동시에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떨어진 상태다. 지금은 아무래도 유럽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 쪽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질 것이다.

 

Q. 그러면 아무래도 한국, 일본의 안보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A. 거기에서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자체 안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군사비를 늘려야 되고 또 한미 간 방위비 분담을 더 내야 하는 게 있지만 일본의 군사 역량 확충은 우리에게 양면성을 가지는 문제다.

독일의 국방예산 확대는 일본에 굉장한 상징적 의미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군사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되는 이 상황을 한국이 반대한다고 막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을 나누어서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Q. 말씀 듣다 보니까 북한 일본이 이걸 계기로 평화헌법을 개정한다거나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갖춘다거나 하는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차기 정부에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겠다.

 

A. 그렇다. 그런 면에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고 잘 해야 되는데 정책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정책 자체가 질적으로 확 바뀌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정책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Q. 일본의 아베 정권에는 ‘지구본을 부감하는 외교’라는, 일본식 글로벌 외교 전략을 상징하는 용어가 있었다. 대만도 유사한 게 있었다. 한국 외교에 그동안 세계 전략이 있었는지? 항상 북한 프레임에 매몰되고 한중일 동아시아의 공간에 머무른 측면이 있지는 않았는지. 한국도 글로벌 외교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Q. 그런데 그건 학자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외교를 하는 사람들도 글로벌 외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글로벌 외교를 하는 것이 동북아 지역 중심의 외교보다도 훨씬 부드럽다. 어떤 면에서는 전통적인 외교다. 그런데 한국 외교는 국제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외교 궤도에 있지 않다. 동북아 4각 문제를 다루는 외교의 장은 굉장히 엄중하고 분위기부터 긴장돼 있다. 글로벌 외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는 현실적인 우선 순위의 문제이다. 그러나 한편 50년 외교 역사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굉장히 글로벌화 된 것이다.

 

Q.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조기 정전을 위해서는 어떤 수준에서 합의가 가능할까?

 

A.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의 현실적 가능성은 기대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많이 하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하다. 그런데 러시아가 유럽에 밀리면 국민들의 민족적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양보하기도 어렵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러시아 권의 자치권 인정, 크림반도 점령 인정, 우크라니아의 나토 불가입 약속과 중립화 등 얽힌 문제가 너무 복잡하다. 한편 푸틴 입장에서는 중국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중국은 사태가 악화되는 걸 원치 않지만 결국은 러시아 편이고 군사적 지원은 어렵더라도 경제적으로는지원할 것이다.

 

Q. 푸틴의 오판은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는 미중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셈이 되어 미국의 전략적 승리가 아닐까?

 

A. 러시아가 힘을 잃으면 이제 미국은 중국만 상대하면 되니까 더 쉬워지지 않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나 첫째, 러시아가 그렇게 가라앉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하게 본다. 유럽이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지만 생각이 각자 다르다. 독일, 프랑스 등은 미국과 입장이 다 일치되는 건 아니다. 러시아 가스 같은 경제적 이해도 걸려 있고 프랑스는 얼마 전 오커스 때의 미국에 대한 배신감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당장 안보, 인권, 영토 불가침, 주권 등의 가치체계 존중 차원에서 러시아에 강하게 맞서야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상대로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단순화시키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상당 기간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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