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시장이론은 산업사회의 경제학이었다.’ 는 선언의 말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1668년 세계 최초의 종이화폐를 발행한 스웨덴 중앙은행 뿐만 아니라 중국인민은행도 종이돈 대신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한 은행장은 단기간 내에 ‘은행은 IT기업이 될 것이다‘ 라고 발표했다. 객장 데스크에서 실물화폐 업무로 기다리는 풍경도 멀지 않아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1867년 맑스의 자본론이 나온지 150년이나 지난 지금, 자본주의의 정의를 물었을 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석학들이 있을까? 생산의 3요소를 설명하던 토지, 자본, 노동력이 지금도 유효한 인자들일까? 2017년을 앞둔 세계경제는 맑스가 살았던 암울한 시대와 비견될만한 극도의 불안과 혼돈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경제구조에서 차지하던 제조업의 역량과 위계가 떨어지고 탈공업화(Post-Industrialization)와 고용시스템의 약화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5백만개 이상 없어지고, 세계의 굴뚝공장을 도맡았던 중국도 위기를 맞고 신성장동력을 찾기위해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또한 최적이라 여겼던 시장시스템의 문제들은 전통적인 문제해결방법으로는 약효가 듣지 않고 종전의 경제학 이론들을 뛰어넘고 있다.

미국 리먼브라더스사태는 2008년 9월 16일 일어났지만 학계에서는 그보다 앞선 2007년 금융사의 큰 손실과 부실화를 징조로 사태의 도화선이 될거라 예견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일어났다.

사태 이후로 미국 연준(FRB)이 시장에 투입한 돈은 8조 달러 이상이었지만, 의도와는 달리 경제 악화로 이어졌다.

위 상황들은 세계경제 전반에 만연한 저성장의 장기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금융화(Financialization) 그리고 ‘그림자 금융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의 등장이 설명에 보탤만한 주요한 항목이라 여겨진다. 이를테면 제조업에 금융사의 투자가 이루어져 수익을 배분받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가 제조업에 필요한 자금과 운영을 좌지우지 하는 현상을 주객전도, 왝더독(Wag the Dog)이라 앞으로도 부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자본이 자본으로 부를 창출하는 것이 다른 방법보다 효율이 높고 상대적 리스크가 적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실물경제부문 배급 보다는 금융부문에서 돌고 도는 것이 문제라 보인다.

경제의 선순환을 방해하는 이러한 문제들은 기회의 불평등, 소득의 양극화, 비혼문제와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전반에 악순환의 동력이 되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완전고용을 추구하는 한국은행의 민주화와 금융위 구성인원의 계급적 안배는 정책적으로 반드시 이루어져야 된다는 것에 공감한다.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던 정책기조는 구습이 되어 새시대는 분배와 협력을 모토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소유적 자본주의를 탈피해 협력적 공유사회로 나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토대를 만들 인프라산업(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전기자동차 등)을 키워야 한다.

Financial Profit 보다도 Social Profit의 가치를 추구하도록 해야 된다. 즉, 사회 각계각층이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과 상보를 절박하게 얘기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80년대 이후 일본과 미국의 손쓸 수 없는 버블붕괴를 지켜봐야했고, 중국과 인도의 부상을 보았고, 대내적으로는 IMF 위기를 헤쳐나온 격동의 시기임이 분명하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으로 상징되던 BUY KOREA의 시절은 추억이 되었고, ‘창조경제’(Creative Korea)라는 허울좋은 타이틀은 일본의 실패한 케이스를 되씹는 것과 같이 허망해 보인다. 무엇보다 MOFIA라 불리는 일부 금융계 관료들의 그들만의 잔치를 끝내는 전제조건이 우선되어야 비로소 모든 노력이 제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016년말 한국 경제라는 선박은 국정논단이라는 핵폭탄의 폭발로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경제활동 참여 인구구조의 변화문제를 떠안고, 마치 빛도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는 블랙홀의 주변부 ‘사건(事件)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다가서고 있는 것처럼 긴장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