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14년 6월 20일 금요일

• 주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강사: 고미숙 (고전 평론가)

 

2014년 4월18일 시작된 6기 여성리더쉽아카데미의 9주차 강의 및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봄 날, 나의 길을 찾아 나선 후 화살같이 빠른 시간이었으나 서로의 마음이 모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수업은 약간 들뜨고 아쉬운 분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고전 평론가이신 고미숙 선생님께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라는 주제로 수료 특강을 해 주셨습니다. 강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주명리학은 음양오행의 구성을 보고 한 사람의 인생살이를 풀이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태어난 연 월 일 시, 이 네 개의 기둥을 통해 내 운명의 지도를 그린다는 의미입니다. 네 개의 기둥 안에 여덟 글자가 담겨 있어서 사주팔자라 합니다. 이는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나 사실 의역학의 전문용어인 셈입니다. 동양사상에서는 기가 음양으로 구분되고, 음양이 조금 더 분화하면 목화토금수 즉 오행이 됩니다. 우리는 우주적 인연의 결과물이므로 세상에 사는 한 누구나 목화토금수의 조합 안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이 태어난 시공간적 특성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고, 하루의 리듬도 주관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시공간의 리듬과 강밀도 속에서 살며 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주명리학은 학문의 영역이므로 실질적으로 배워야하는 부분이지만, 기독교의 영향으로 인해 선입견이 있어 왔습니다. 20세기 초 우리나라의 근대 계몽기에 기독교가 근대사상을 주도하면서 사주명리학을 미신시하고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그 후 사주명리학을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거나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해 신비화하는 양상이 공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서양사상적 시각만으로는 삶이 너무 빈곤해집니다. 성공과 실패, 젊음과 늙음, 미와 추 등 이분법적 잣대로 평가하는 이런 방식의 사유는 시간성을 부정하게 되고, 모순된 삶을 살게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잘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뜻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것도 타고난 리듬에 맞지 않는 사람은 극복이 안 됩니다.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불가해한 일들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여 인생에서 음양오행과 상생 상극의 이치를 잘 알아야 합니다.

 

 

사주명리학은 인간의 리듬과 기질을 중시하므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설명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동양학은 자연의 이치와 실용지가 합쳐서 형성된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맛집과 유흥업소를 전전하면서 헛헛한 욕구를 채우려합니다. 이렇게 식욕과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성공을 추구하다보면 결국 병밖에 남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런 리듬 안에 살면 운명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리듬에서 벗어나 욕망을 재영토화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리듬은 타고난 선천적인 것이나 습관은 후천적인 것입니다. 리듬과 습관이 합쳐서 삶의 패턴이 나오고 이를 보고 운명의 행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몇 개의 패턴 안에 존재합니다. 삶의 패턴이란 내 욕망의 기울기를 말하고, 욕망의 기울기가 바로 팔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인생의 축은 천간 10개의 패턴 안에서 구성됩니다.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해서 약간씩 차이를 내면서 계절을 만들기 때문에 인간의 삶도 패턴 안에서 약간씩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오행의 태과와 불급에 의해 오장육부의 건강상태나 질병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음양오행의 배치를 보고 병을 이해하므로 의역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사회는 각종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와 먹방, 포르노의 범람으로 주로 화 기운을 쓰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화 기운을 줄이고 내 몸의 평행수를 채우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바로 삼독(탐진치)이라는 욕망의 극복이 곧 운명의 극복이 됩니다.

 

 

음양오행의 구성과 배치를 통해 사회적 활동, 재성, 관성, 인성의 리듬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인은 돈이 되는 것만 활동으로 치기 때문에 타고난 욕망의 기울기에 습관이 합쳐져서 물질적 추구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물질적 욕망과 재화를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결국 공허해지게 마련이고 팔자가 꼬이게 됩니다. 이자나 고리대금처럼 내 활동을 통해 형성되지 않는 재물은 자연의 리듬에 맞지 않습니다. 재물을 모으기 위해 지나친 사회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방탕과 창조적 활동 사이에 균형을 잡도록 하려면 삶의 리듬을 바꾸어야 합니다. 인간이 재물만 추구하다 보면 소통이 어렵게 되고, 재물을 나누어야 사회적 관계인 관성이 생깁니다. 더 나아가 재물과 관성을 벗어나야 수행이 되고 지혜롭게 됩니다.

 

 

철학이란 진리와 지혜에 대한 사랑입니다. 현대인은 자연과 죽음에 대한 지혜 즉 영성이 부족합니다. 영성과 문명은 반비례하며 지혜는 물질적인 부와 욕망과는 상극이 됩니다. 진리나 철학은 근본적으로 내 몸의 생리적 리듬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옥과 천국은 현존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는 지옥이 누군가에게는 천국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운명의 극복이란 내가 있는 곳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타고난 운명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태과와 불급을 넘어 삶을 순환시킬 때 운명을 제대로 살 수 있습니다.

 

 

 

 

 

2부는 수료식으로, 먼저 여리아 6기 수강생들의 열정적인 축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후 수료증을 전달하는 수여식이 있었고 개근상 및 특별상 수상이 있었습니다. 다음은 윤수경 교장선생님의 수료 축하 말씀 내용입니다. 사람과 세상을 바꾸자는 취지로 3년 전 시작한 여리아가 6회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서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진지한 강의 듣고 토론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9주 동안 무엇을 듣고 느꼈나요? 나의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면 성공한 것입니다. 우리가 일어나 걸어야 할 시간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도반이 옆에 있습니다. 우리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