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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자료실

한반도 통일 비전과 정책을 생산하는 평화연구원입니다.

전문가포럼

전문가포럼 자료실입니다.

제목 [86차 발표요약] 한반도 정세와 북한현황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2-01-24 조회 1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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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차 전문가 포럼  한반도 정세와 북한 현황

 

 1부 : 발제(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김정은 정권의 10년을 평가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우선 하나는 북한은 사실상 왕조 국가에 가까워서 일반적인 현대 국가가 아니라 과거 봉건 시대의 왕조국가의 개념으로 북한을 해석해야 근접한 분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의 정보 자체가 워낙 제한되다 보니 북한 현실을 정규분포 곡선으로 비유하면 우리는 북한의 양 끝면인 상위 5%와 하위 5%만 보고서 ‘북한의 전체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큰데 실제로는 그 가운데의 90%의 북한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수준이다. 이런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김정은 정권의 10년을 평가해 본다.

2012~2017년까지의 김정은 집권 1기는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정치적 측면에서는 장성택, 김정남 등 정적을 제거하면서 선대의 선군 정치를 정리하고 당의 기능을 정상화하여 권력 기반을 강화한다.

 

 

 

 

 

경제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기존 북한 경제를 형성하는 세 가지 기둥, 즉 사회주의 계획경제, 자력갱생, 군산복합체가 있는데 이 셋을 전부 바꾼다. 가장 먼저 군산복합체를 분리시키는데 선군정치 시절 군 쪽으로 너무 집중이 됐던 것을 민간 쪽으로 분리시켜 나가는 역할을 맡은 게 이른바 장성택이었다.

당대회를 거치면서 국방 경제 병진 노선이 핵무력 경제발전 병진 노선으로 바뀌고, 2017년 핵 개발 마무리 선언 이후에는 사회주의 경제개발 노선으로 전환된다.

뿐만 아니라 경제 운영 방식에서 이미 북한은 90년대에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북한 주민들에 의한 시장화가 완전히 확산되어 공적 경제가 시장에 의해서 상당 부분 잠식돼 있는 상태였다. 이를 수용해서 공장기업소 운영 방식은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를 도입하고 협동 농장에는 ‘포전 담당제[1]’를 도입한다.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란 국영기업이 사실상 협동 소유 형태로 바뀐 상태를 공식화한 것으로, 기업에 속해 있는 기업소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기업을 빌려서 경영을 하고 빌린 것에 상응하는 만큼 30%를 국가에 바치는 방식이다.

포전 담당제의 경우 원래 협동농장 밑에는 작업반들이 있고 그 밑에 포전을 담당하는 반들이 1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땅을 경작하게 된다. 좋은 땅을 맡을 때도 있고 나쁜 땅을 맡을 때도 있는데 일률적으로 똑같이 국가에 바치게 하면 불만이 많으니까 돌아가면서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농민들한테 고정적인 포전을 주는 대신 좋은 땅을 받은 경우에는 국가에 많이 바치고 나쁜 땅을 받은 경우에는 적게 바치는 형태로 바꾼 것이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 김정일 생전인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토지 개량 사업 외에도 토지조사를 해서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였다. 시험적으로 도입했던 초기에는 식량 생산량이 상당히 올라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군사 분야에서는 핵과 미사일을 집중 개발하는데 특이한 것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대외관계는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개발 과정을 국제사회에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 시험을 진행시킨 것이다. 그 결과인 2017년 말 핵무력 완성 선언까지를 김정은 집권 1기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집권 2기인 2018년부터는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 개선 의지와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고려를 언급하고 대미 관계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1기의 5년 준비 작업 과정을 통해 북한 경제의 세 가지 축인 ‘군산복합체’와 ‘사회주의 계획경제’, ‘자력갱생'도 이른바 ‘협동 단계’로 일보 후퇴를 시키고 23개의 경제개발구역을 추가로 만드는 등 내부 준비를 해 놓은 상태에서 이제는 화룡정점으로 대외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경제와 민생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까지 아주 숨가쁘게 움직이며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급진전되는 듯했으나 여기서 내부적 갈등 요소가 발생한다. 내부에서 ‘너무 급진적’이라는 여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워낙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김정은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노이에서 회담이 결렬되었고, 북한은 미국에 ‘2019년 12월까지 시간을 줄 테니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한테 제안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새로운 길로 갈 것이다’ 하고

2019년까지 기다렸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이른바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 간단히 정리하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여전히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국제사회로 나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에는 자력갱생으로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본다면 70~80년대까지 유지해 왔던 세 가지 축 중 하나인 ‘자력갱생’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위해서 두 가지를 택했다. 2021년~2026년의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국방력 5개년 개발 계획’이라는 이 두 개의 축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이라 했으나 사실상 70년대식의 운영 방식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온 것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국제 제재는 아주 강력한 상태인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니 북한은 완전히 봉쇄된 상황에 처했다.

그런데 2021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길’을 위해서는 오히려 북한 내부적으로 그동안 많이 변화되어 왔던 것들을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서 자력갱생을 위한 내부 체력 다지기에 집중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거기에서 나온 첫 번째 지침이 ‘외세에 의존하지 말라’이다.

 

2017년 경제 제재가 완전히 강화되기 전까지의 북한 무역 통계를 보면 연간 수출입 합계 최대치가 약 80억 달러였다. 계획 경제가 유지돼 왔던 80년대 말까지의 무역 최대액이 40억 달러였는데, 80억 달러까지 올라갔다는 건 무역 계획에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즉 김정은 집권 1기 당시의 조치로 석탄이나 철광석과 같은 지하자원을 무제한으로 수출할 수 있게끔 무역 계약을 풀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석탄 수출이 북한 대외무역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고 모든 기관들은 석탄 수출을 연결시켜서 설비나 원부자재를 들여오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대외 의존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 상태에서는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 돌파전을 할 수가 없으므로 국경을 봉쇄하여 대외 의존도를 다시 낮춰야만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외화 의존도이다. 북한 시장에서는 외화가 공공연하게 유통이 되어서 북한 원화가 화폐 가치를 잃을 정도였다. 그런데 2020년부터 외환시장을 강력하게 통제하여 외화거래를 전면 중단시킨다. 달러가 유통되는 비정상적인 시장을 정상화하는 대신 환전소를 만들어 거기서 달러를 바꿀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환율이 8천원에서 5천원~4천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북한 돈이 강세가 되기 시작했다.

 

한편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암울한 터널을 지나는 셈이다. 2009년 11월에 있었던 화폐 교환 조치 당시에는 장사를 하기 위해 북한 돈을 모아놨던 북한 주민들, 우리로 치면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반면 돈이 좀 많은,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돈주들은 원화가 아닌 달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니까 상대적으로 부가 더 축적되어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달러를 갖고 있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달러를 가지고 생활해 오던 북한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부를 강제로 빼앗긴 셈인 것이다.

 

사실 북한이 코로나로 인해서 방역을 강화한다지만 실제로 방역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 키트도 부족한 데다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안 돼 있으니까 국경은 막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5개년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적어도 5년은 이렇게 가겠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이미 선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년 간의 시행에 대해 성공이라고 평가했고 앞으로도 계속 성공이라고 하겠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온도는 전혀 다를 것이다. 북한에는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식량 문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는 배급제였는데 갑자기 배급이 중단되니 평양 중심에서도 굶어죽을 정도로 대책이 없었다. 이 시기를 맞으면서 주민들이 대책을 세운 것이 ‘시장’의 등장이다. 시장이 활성화, 조직화되면서 전국적으로 식량 도매상들이 나온다. 당시 시장조사를 간접적으로 해 보면 전국의 쌀값이 비슷했는데 도매상들이 전국 단위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식량 수급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배급 시스템이라는 정책이 가동을 안 하자 주민들이 만든 대책으로 식량 유통이 주가 되었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기관들이 직접 식량을 조달해서 기관 기업소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구조로 바뀐 것이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배급제일 때에는 돈이 없어도 먹었는데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생산이 되어도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보니 ‘취약계층’이 생기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계층이 된 것은 돈벌이를 할 수 없는 기관들이나 기업소였다. 이들이 식량이 부족해지니 외부에다 요청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규모로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로 지역적으로 조금씩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식량난이 심각해졌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내놓은 농촌 정책은 ‘모든 것을 협동농장 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작업반 또는 포전 중심으로 움직이느라 사실상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경영위원회를 강화시킴으로써 다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지난 30년 동안 기본 구축이 돼 있는 시장 유통망과 충돌이 생긴다면 식량 문제는 1~2년 내로 북한에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이 나왔으니 주민들은 또 어떤 대책을 마련하여 빠져나갈지, 토인비식으로 말하면 ‘도전과 응전’ 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북한의 ‘시장의 힘’은 우리의 ‘민주화의 힘’ 또는 ‘촛불의 힘’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강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 당국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을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정일 시절에는 시장에 대해서 통제와 묵인을 반복했다면 김정은 시대의 2기인 2020년까지는 시장을 공식화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만약 이러한 시장의 공식화 움직임과 국가계획에 의한 중앙 통제식 배급과 강제적인 운영이 충돌한다면 2009년 화폐 계획 실패 당시만큼이나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의 경우가 그때와 다른 점은 국경과 대외관계가 완전히 폐쇄돼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강제적 동원 능력이 훨씬 더 강하고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이 정책에 대응하기 어려워 위축된 상황이다. 거래도 제대로 안 되고 물건 내놔봤자 팔리지도 않으니 북한 주민들은 주머니를 꽁꽁 싸매고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버티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그동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로 일상적으로 식량을 비축해두던 비중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이제는 식량 비축도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요소들이 하나로 뭉쳐질 때 2022년~2023년 내로 북한의 식량 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부 : 질의응답 및 대담(조한범, 동용승)

 

조한범

김정은 집권 초부터 식량 생산도 부분적으로 늘었고 1~2%이지만 2016년까지는 비교적 자연성장은 한다.

그러다가 2017년 3.5% 2018년 4.1% 2019년 0.5%, 2020년에는 4.5% 성장을 한다. 대북 제재도 있었지만 크게 보면 평균으로는 역성장한 거다. 그런데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시장의 힘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번 전원회의도 내각의 책임적 역할을 강조하고 농촌 문제도 다시 계획경제를 강화한다 하니 이 후유증이 가장 걱정이다.

 

동용승

그렇다. 사실 북한 경제에 성장률이라는 표현은 안 맞다. 성장할 게 없다. 투입이 있어야 성장을 할 텐데 북한 내에서는 준비 자체가 안 돼 있는 상태다.

김정은 정권 1기의 내부정책은 경제 성장, 발전을 위한 준비 단계였는데 이것이 실패하고 다시 과거의 계획경제, 경직된 자력갱생 구조로 돌아간다는데, 이미 북한 경제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다. 많은 충돌과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사실 북한 경제의 해법은 순차적으로 농업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에 대외 개방을 통해 경제를 정상화시켜야 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다. 몇 년 지나면 나름대로 안정화되겠지만 당장 발생할 기존 시스템과 새로운 시스템의 충돌은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

 

조한범

이번 전원회의를 보니 농업 문제 해결에 주력을 하는 게 올해 과제다. 그런데 농업이야말로 비료, 종자, 비닐 등등 국경이 개방되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동용승

북한의 농지 자체는 많으나 생산량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먼저 전반적인 농지 개량 작업이 최우선이다. 현재 1정보당 5톤의 곡물을 생산하는 게 최저 수준의 목표인데 지금은 많이 나와 봤자 2.5~3톤 나온다.

이번 농촌 문제의 조치에서 주목되는 것이 ‘벼와 밀의 재배 면적을 넓힌다’는 것과 ‘전문 축산 농장들을 확대’하는 것이다. 조치만 놓고 보면 상당히 의미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가성비가 높은 옥수수가 주식으로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데 그동안 너무 많이 재배하다 보니까 농지 황폐화의 원인이 된 측면도 있다.

그러면 옥수수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벼와 밀로 과연 보충할 수 있겠느냐? 안 된다. 50% 이상 줄어든다. 벼는 그렇다 쳐도 밀은 그동안 중국에서 수입해 왔는데 그게 지금 안 되는 상황이라 자력갱생하려면 밀을 심어야 하는 것이다. 근데 북한은 밀 농사 경험이 제대로 없기 때문에 손실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Q. 북한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런 식량 위기가 북한 정권을 위협할 소지가 어느 정도인지?

 

동용승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다. ‘굉장히 심각하다’부터 ‘그렇지 않다’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모른다. 심지어 WFP에서 발표하는 북한 식량난 통계도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상황이다.

북한 주민이 매일 알곡 400g씩 먹는다고 한다면 1년에 500만 톤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북한이 UN에 제출했던 보고서에는 평균 500만 톤 정도였다. 숫자상으로는 부족하지 않아야 되는데, 본인들은 또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은 돈이 있으면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떤 면에선 우리와 똑같아진 거다.

 

그러면 장사를 좀 크게 하는 사람이나 내수시장이 있는 공장 기업소 근로자들은 시장에서 살 수 있으니까 문제가 없다. 그런데 월급을 제대로 못 받는 공장기업소 근로자들, 장사가 안 되는 사람들, 협동농장에서 작황이 나쁜 포전을 맡았거나 홍수 피해를 입은 농장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국가에서 배급을 해 줄 수 있는 구조도 아니어서 그냥 굶는 심각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1990년대의 식량난이 평양에서도 굶어죽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전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지금의 식량난은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농촌 정책으로는 생산과 유통 양쪽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식량 문제가 전반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조한범

이미 아사자들이 발생한 건 벌써 몇 년 됐고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서는 아사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배급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고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시장을 통해 먹고 살지만 한쪽에서는 동사하고 아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화, 비축 대응 등의 대책으로 위기 대응력은 커진 듯하다. 어쨌든 취약계층들이 존재하는 것이 문제다.

 

동용승

사실 암울하다.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Q. 대북 제재가 조만간 풀릴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북한이 식량난 등으로 백기를 들 가능성은?

 

동용승

없다. 식량 문제 때문에 손을 든다면 이 정권은 더 이상 왕조가 아닌 거다. 식량 문제 때문에 기존의 시장과 정책이 충돌하는 과정이 심각해진다면 손을 들 수는 있을 것 같다. 근데 과연 시장이 그만큼 힘이 있겠느냐, 아직까지는 미약하다.

 

조한범

2009년에 화폐 개혁을 한 이유가 시장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자본이 축적되니까 그걸 흡수하려고 했던 거 아닌가?

 

동용승

김정은은 이미 2009년에 후계자로 등장해 국내 문제는 직접적으로 관장했다. 2009년 5월 4일부터 시작했던 ‘150일 전투’ ‘100일 전투’라는 걸 통해서 북한 내부의 생산 능력이 정상화됐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하는 입장이어서 화폐 교환으로 시장을 죽이려는 작업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올라온 보고가 전부 거짓 보고였다는 것이 밝혀져서 시장을 다시 정상화시킨 것이다.

 

조한범

시장의 반발과 내부의 잘못된 보고 체계 중 어느 것이 더 큰 원인이었을까?

 

동용승

시장의 반발이 손을 들게 할 정도로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화폐개혁이 김정은의 첫 작품이었다. 이 정도로까지 북한의 경제나 사회가 변화됐다는 걸 파악도 하기 전에 그걸 맞닥뜨린 것이다. 그러니 김정은의 입장에서 본다면 관료들도 믿을 수 없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 주민들의 불만이 엄청나게 커지고 그 시기에 탈북도 늘었다. 이전에는 식량을 구하기 위한 탈북이었다면 2009년도의 탈북 러시는 체제가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니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문제부터 확인을 해야 했기에 일단은 시장을 수용했던 것이고 그것이 포전담당제와 사회주의 책임 관리제였다.

 

조한범

2009년 이후로 시장 의존성이 훨씬 더 커진 상태에서 다시 계획경제로 회귀하고 있다. 거꾸로 가고 있다.

 

동용승

항상 계획경제와 시장 경제라는 두 개의 축이 있는데 어디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이다. 계획경제에도 시장 경제적 요소가 들어갈 수 있다. 우리도 시장 경제 속에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계획 경제적 요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듯이 북한도 2009년 이후에는 시장 경제를 공식 경제 부분으로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시장경제는 제도화되지 않고 사람들끼리 알음알음 하는, 좀 거칠게 얘기한다면 원시 시장경제 형태였다. 이것을  제도화하는 과정인 거다. 그러나 시장이 제도화되었을 때에 주민들의 불편함, 반발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과거로 회귀는 하되 완전히 계획 경제 형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수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으면 북한 원화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시장에서 외환이 유통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이런 정책은 시장이 공식적인 경제 안으로 들어와야 쓸 수 있다. 문제는 북한 체제가 경직돼 있기 때문에 방향을 세우면 한 쪽으로 확 몰려간다. 그래서 시장을 죽이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한범

소련 경제가 붕괴했을 당시 하드 커런시(hard currency, 경화)[2], 외환은 무한정 뛰었다. 북한도 지금 경제가 엉망이기 때문에 8천원대 하던 달러 가격이 1만원~2만원으로 올라야 된다. 그 다음에 1,200원대 하던 위안화 가격이 더 올라야 되는데 지금 위안화는 거의 600원대로 떨어져 있고 달러 가격은 4천원대까지 떨어졌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달러를 못 쓰게 하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당장 생계비가 필요해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부자들은 달러를 안 쓰고 오히려 흡수한다. 국경만 열리면 달러 가격은 한층 올라가니까.

근데 이것은 북한 경제가 건강해져서 원화 가치가 안정된 게 아니고 정치적 개입에 의한 것이라 위험하다. 왜곡이 축적되면 한 번에 터진다. 국경만 열려도 이 시스템은 붕괴할 것이다.

 

동용승

아마 다시 국경이 열리게 되면 현재의 정책들은 회수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외자를 받아들이는 구조로 가기 위해 시장을 좀 더 확대시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가 안 되니까 닫은 것이다.

단기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닫은 상태로 강제화시키는 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어려움들이다. 소련 사례와 북한이 다른 것은 개방의 문제이다. 현재 북한 상황은 개방이 안 돼 오히려 더 폐쇄되면서 중앙에서 강제하는 것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북한이 지금까지도 봉건 왕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 바로 그 통제력과 시기에 맞춰서 움직이는 힘, 이 부분이 강하다. 이것이 미국과 관계 개선이 됐을 때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형태로 간다면 그때 진짜 폭발을 할 것이다. 그러나 북미관계 개선 과정 속에서 북한 내부적으로도 준비를 해놓은 상태니까 빠르게 전환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관계 개선되는 기간이 장기화됐을 때 북한 내부에 있는 주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은 점점 심화될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조한범

북한의 27개의 경제개발구역은 외자를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높아야 투자를 하는데 지금 인위적으로 가치가 하락돼 있으니 투자를 안 한다.

두 번째로 마식령 스키장, 원산 갈마 해안관광단지 이런 것들은 내수용이 아니라 관광객들을 유치해 외자를 받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보통 관광은 돈을 적게 들이고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굉장히 비싸다. 그러면 경제개발구나 관광 등의 핵심 사업이 역행하는 것 아닌가?

 

동용승

북한 관광이란 오지 탐험의 개념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대량으로 관광산업을 하려면 가격이 굉장히 싸야 되는데 현재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끝날 전망이 불투명하고 제재는 지속될 테니 오지탐험 개념의 관광으로 또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달러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워낙 북한이 접근성이 안 좋기 때문에 가는 비용이 비싸다. 간다 해도 자본주의적 재미가 없다 보니 여전히 오지 탐험의 형식이 될 수밖에 없다.

 

조한범

원산 갈마 해안관광단지가 아직 완공이 안 됐다. 순천인비료공장 완공했다는데 거기서 비료가 생산됐다는 소식이 전혀 없다. 평양종합병원, 평양의 송신송화지구, 검덕지구 5천 세대, 보통강변 800세대 주택구 등등, 초기의 여명거리, 미래 과학자 거리 이후로는 대형 토목 건설 투자 사업이 아무런 성과가 없다.

 

동용승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도 있다. 여명거리 때에는 해외에 지원 요청을 하거나 국내 돈주들한테 분양권을 주고 자재를 조달해서 물불 안가리고 건물을 올렸는데, 지금은 일단 외부에서 조달이 안 되고, 자체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예전 같으면 인테리어 없이 겉껍데기만 지어 놓고 완공이라고 보고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짓 보고를 하면 안 된다. 안 되면 안 된다고 보고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깨지지 않는 거다. 이 부분은 달라진 것이다.

문제는 예를 들어 평양에 전력을 공급하는 북한에서 가장 큰 화력 발전소인 북창화력발전소가 있는데, 1960년대에 계획되어 1970년대에 완공하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완공이 안 되었다. 그렇게 실제로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버틴다는 것, 이게 진짜 문제다. 주민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해법을 찾기가 참 힘들다.

 

조한범

최근에 NGO를 통해 북쪽 상황을 들어보면 정말 절박하다. 이런 상황을 분명히 김정은 정권도 알 텐데.

 

동용승

왕조 사회는 주인이 왕이지, 국민이 아니다. 국민은 농노다. 왕권 유지가 1순위이지, 민생고 해결이 1순위가 아니다. 지금은 왕권이 위협을 받는 시기라고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이렇게 표현하지만 실질적으로 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거고 희생은 국민들이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책을 만들어야 되는 거다. 시장이 나름대로 돌아가던 시기에는 운동화를 신었다면 이런 극한 상황에 닥치니 발싸개로 다시 돌아가 적응하는 거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겠나. 그동안에 먹고 쓰던 게 있는데, 돈이 조금만 더 있으면 시장 가서 살 수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전반적으로 많이 확산될 때 과연 충돌이 일어날지, 아니면 주민들이 고생하는 게 더 많아질지, 일단은 후자로 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

 

 

 

 

Q.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동용승

방법이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원을 하고 싶은데 안 받겠다 하고, 온갖 제재가 걸려 있고, 이제 우리 사회는 점점 고도화되어 공식적인 영역에서 움직여야 되는데 북한은 여전히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움직인다. 영수증을 끊어야 돈이 나오는데 영수증을 끊을 수가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봉건사회가 근대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힘이다. 시민의 힘은 시장에서 나온다. 그 시장의 힘을 어떻게든 키워서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도록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자꾸 치닫고 있으니 제재 완화나 중국과의 교류 또는 밀수, 밀무역 이런 것들을 통해서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게끔 하는 데에 주력해야 되지 않겠나. 유통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돼야 주민들한테 돌아가는 식량도 많아질 수 있다.


조한범

지금 북한이 쏘는 미사일들은 대부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단거리인데 1천km 이내에 대해서는 유엔이 대북 제재를 부과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레드라인 범위에서 안전한 행위이다. 그리고 핵물질을 늘려도 증거가 없어서 유엔이 대북 제재를 부과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북한은 전술핵, 다시 말해서 사거리 1천km 이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하고 있다. 미국에는 안 닿지만 우리에게 날아올 수 있는 북한의 핵 미사일의 양은 커지고 있다. 지금 한반도는 조용한 위기이다. 북한 인민들은 민생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우리에게는 북한의 핵 위협이 매일매일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데 이 심각성을 모른다. 김정은은 권력 강화에만 집중하고 있고 남한도 정치권의 각성이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기 코가 석자고 무능하다. 중국도 한계가 있고 결국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고 이 상황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있고 오히려 일본이 미사일에 대해서 더 놀라는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동용승

사실 제가 되도록이면 정세 얘기는 언급을 안 하려고 자제를 많이 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경제 문제와도 직결이 된다. 지금 말씀하신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1] 포전담당제 시범도입은 2002년 7.1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7.1 조치는 기존에 국가가 갖고 있던 권한의 많은 부분을 하부 단위에 위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하부 단위들은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위에서 분배받던 자재 등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협동농장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예외는 아니었고, 점차 최소 노력에 최대 효과라는 생산성과 이윤 창출에 힘을 쏟게 되었다. 이에 2004년 북한의 일부 지역에서 분조가 영농방식 및 초과생산분에 대한 자율을 갖는 포전담당제를 시범실시하게 되었다. 포전에서 수확된 농산물 분배는 국가 납부 몫을 제외한 초과 생산물에 한해 국가와 농민이 일정 비율로 나누는 방식이다. 즉, 인센티브를 제공해 근로의욕을 북돋우고 생산증대를 꾀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출처 :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2] 하드 커런시(hard currency)는 원래 주화(鑄貨)로 통화가 실질적으로 금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거나 금과 곧바로 교환할 수 있는 통화를 지칭한다. 현재는 통화가 금과 대체할 수 있는 효력을 갖고 있거나 경상적 국제수지가 안정적이어서 미국의 달러화와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을 때 하드 커런시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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